[ '다음 주에 출근하기로 한 사람입니다. 죄송하지만 다른 곳에 합격이 되어 못 갈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지난주에 합격을 통보해 다음 주에 출근하기로 한 사람에게서 이런 문자를 받았다.
이번으로 세 번째... 원하는 연봉에 스톡 옵션까지 챙겨주고 원하는 요구 사항 대부분 맞춰주려고 노력했는데
대체 뭐가 문제일까? 왜 있던 사람은 나가고 새로운 사람은 오지 않겠다는 걸까?
각 채용 사이트에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도 많지 않은데 또 어떻게 사람을 구해야 할지 눈앞이 깜깜하다. ]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사람 하나 때문에 회사의 운명이 바뀔 수 있는
스타트업에서는 좋은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인재를 채용하는 일에 더욱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합니다.
그런데 스타트업의 면접관인 당신, 당신은 좋은 면접관입니까?
저는 이제 경력 12년 조금 지난 프로그래머입니다.
12년 동안 저는 직원이 수천 명인 회사부터 3명인 회사까지 다양한 규모의 회사를 다녔고
경영악화, 폐업, 인수합병, 팀 폭파 등의 일을 겪으며 6번이 넘는 이직을 해야 했습니다.
한 번 이직할 때마다 4~7번, 많게는 10번의 면접을 봤고 각 면접당 평균 3~4명의 면접관을 만났으니
어림잡아도 50번이 넘게 면접을 봤고 약 150명의 면접관을 겪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저보다 더 많이 보신 분도 있겠지만 그래도 적은 횟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면접을 봐오며 느낀 점 중 하나는 '작은 회사일 수록 면접 경험이 별로'라는 점입니다.
물론 큰 회사도 정말 욕 나올 정도로 짜증 났던 경험이 있긴 하지만
면접 경험이 별로였던 회사는 대부분 규모가 작은 회사였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곰곰이 고민을 해보다가
'면접을 보는 방법에 대한 노하우는 조금만 검색해도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좋은 면접관이 되는 방법에 대한 노하우는 찾기 어려워서가 아닐까?'라는 가설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인원이 많은 큰 회사라면 경험이 있는 분들이 많이 계시기에 구직자를 대하는 노하우를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겠지요. 회사의 지침도 있을 테고요.
그러나 이제 갓 시작하는 스타트업의 구성원들은 스스로 구직을 했던 경험도 적을 것이고
당연히 면접관을 만났던 경험도 적을 것이기 때문에
좋은 면접관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구직자로서 또한 면접관으로서의 제 경험을 바탕으로
면접관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소양과 제가 합리적이라고 느꼈던 면접의 진행 방법에 대한 노하우를
나눠보려 합니다.
1. 어디에 앉을까요?
- 지원자가 도착했습니다. 면접 장소로 안내를 하고 자리에 앉을 것을 권해야겠네요.
그런데 어디에 앉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고민, 혹시 해보셨나요?
이런 걸 왜 고민해야 하냐고요? 왜냐하면 생각보다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위와 같은 구조의 회의실에서 면접을 본다고 가정해봅시다.
A와 C의 뒤쪽은 벽이고 D 쪽은 출입구, B 쪽에는 창문이 있습니다.
이때 지원자가 앉으면 좋은 곳과 면접관이 앉으면 좋은 자리는 어디일까요?
지원자는 출구와 가까운 A와 D, 면접관은 벽이나 창문을 등지는 B와 C에 앉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지원자가 B나 C에 앉을 경우 회의실 밖으로 시선이 분산되어 집중력이 떨어지고
면접으로 긴장한 상태에서 면접관들이 출구를 가로막고 있는 형태가 되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게 되어 더 긴장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원자에게는 출구와 가까운 자리를 안내하고
면접관이 벽이나 창문을 등지고 앉아 면접을 리드하는 것이 효과적인 자리 배치라고 생각합니다.
2. 지원자는 '손님'입니다.
- 손님을 맞을 때 우리는 보통 어떻게 하나요?
인사를 통해 반가움을 나타내고 오시는 길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안부를 묻고
방문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건네는 것이 보통입니다. 물이나 차를 권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지원자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는 회사가 의외로 많습니다.
마치 기계의 예비 부속품 대하듯 말이죠.
지원자는 자신의 시간을 내어 우리 회사에 찾아와 준 '감사한 손님'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게다가 이 사람은 우리의 회사를 성장시켜 줄 인재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거든요.
그런 사람에게 회사의 첫인상을 어떻게 심어주는 것이 좋은지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3. 면접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 자리 안내도 끝났고 서로 인사도 나눴으니 이제 면접을 시작해야겠네요.
그럼 궁금한 게 많으니 바로 질문을 하면 될까요?
아뇨, 그것보다는 면접의 진행 방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 면접은 약 한 시간가량 진행될 예정이고 30분은 경력과 관련된 질문을 드리고
20분은 그 외의 궁금한 점에 대한 질문, 나머지 시간에는 저희에게 궁금하신 점에 대한 답변을 드리고
마무리하려 합니다."
이건 제가 면접관으로 들어갈 때 자주 쓰는 멘트입니다.
이렇게 면접에 대한 개요를 설명해 주면 지원자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고
면접 분위기도 많이 부드러워집니다.
4. 자기소개는 면접관 먼저.
- 면접의 세계 공통 첫 질문, 자기소개입니다. 지원자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며 가장 힘들어하는 답변이죠.
보통은 지원자에게 자기소개를 먼저 부탁하는데요 그것보다 면접관 소개를 먼저 하는 것이 좋습니다.
면접관이 세명이면 각자 이름과 담당하는 파트를 말하는 정도면 됩니다.
"개발팀 맡고 있는 ooo입니다."
"기획팀 리드 ooo입니다."
"디자인 팀장 ooo입니다."
이후 "그럼 ooo 님 경력 위주의 자기소개 1분 정도로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라고 하면
매끄럽게 면접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지정하게 되면 지원자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포인트만 정리해서 말하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쉬워지고 긴 자기소개로 면접의 흐름이 끊기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효과가 있습니다.
자기소개하다가 지치면 안 되겠죠?
5. 일촌 파도타기는 CY월드에서만 하는 걸로.
- 자기소개를 들었습니다. 어? 근데 이 지원자분 전 회사에 아는 사람이 있었네요?
여기서 'ㅁ사 다니셨네요? 거기 A라고 혹시 아세요?'라고 제발 묻고 싶으신가요?
그러지 맙시다. 지원자가 A를 아는지 모르는지 왜 궁금할까요?
그것보다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보는 게 더 중요한 자리이지 않을까요?
'에이, 요새 누가 저런 걸 해요?'라고 하실 수 있겠지만
놀랍게도 제가 만난 면접관 중 30% 정도가 일촌 파도타기를 했었습니다.
심지어 제 전 회사 대표와 친분이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직하려고 면접을 보러 갔는데 면접관이 '저 거기 대표 알아요~'라고 하면
어떤 기분이 들지 상상되시나요?
설령 친근감 있게 보이려는 의도가 있다 하더라도 이런 질문은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6. 자기 자랑은 지인들에게 하세요.
- 면접이 진행되며 질문이 오가다 보면 갑자기 자기 자랑을 시작하는 면접관들이 있습니다.
자신이 예전에 어떤 프로젝트를 했었고 어느 회사를 다녔고 누구랑 일했고를 무용담처럼 얘기하죠.
그런데 면접관님, 죄송하지만 지원자는 그런 이야기 하나도 안 궁금합니다. 솔직히 귀에 들어오지도 않아요.
그런 무용담은 입사하고 들려주시고 면접 시간에는 지원자에게만 집중해 주세요.
지원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에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7. 이력서는 꼼꼼히, 아니 대충이라도 읽어 보셨나요?
- 이건 기본 중에 기본이라 언급하지 않을까 했지만 그래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력서 한 번 안 읽고 면접장에 들어가는 건 지원자의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력서를 한 번이라도 봤으면 알 수 있는 내용을 질문하는 면접관들을 많이 봐와서 드리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지원자의 이력서를 전달받으면 꼭 프린트해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보통 10분도 안 걸립니다.)
살펴보시면서 궁금한 점이나 특이한 점에 표시를 해두세요.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이나 노트북으로 이력서를 보며 면접을 진행해도 좋지만
그것보다는 프린트해서 표시하며 보는 것이 훨씬 집중이 잘 됩니다.
'이력서에 쓰신 내용 중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설명 부탁드립니다.'라는 질문 하나로
지원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8. 휴대폰은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 제 면접 경험 중 최악이었던 회사는 2012년 N사 면접이었습니다.
당시 두 분의 면접관이 면접을 진행했는데 한 분이 계속 전화로 딴짓을 했습니다.
면접이 진행되는 중에 계속 휴대폰을 만지고 메시지를 보내더니
급기야 전화벨이 울렸고 그 사람은 전화를 받으며 나가서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 덕에 N사는 절대 가고 싶지 않은 최악의 회사로 제 기억에 남게 되었지요.
지원자 하나를 앉혀놓고 면접관 2~3명이 질문을 하는 면접 자리는
양쪽 모두에게 소중한 시간이고 지원자에게는 무척이나 긴장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전화를 받는 것은 정말 예의 없는 행동입니다.
소개팅 나갔는데 상대가 전화만 만지작거리고 있다면 기분이 어떠시겠어요?
반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쉽게 답이 나옵니다.
9. 면접을 마치며
1시간여에 걸친 면접이 끝났습니다.
면접이 끝난 후 지원자에게 알려야 할 것은 앞으로 어떤 프로세스를 거치게 되는지입니다.
이때 면접 결과 통보 방식, 시간, 이후의 진행 사항에 대해 간략하게 안내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수고하셨습니다. 면저 결과는 내부 검토를 거친 후 일주일 이내에 전화나 이메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정도면 충분합니다.
10. 면접 결과는 반드시 알려주세요.
- 면접을 보면 합격이든 불합격이든 결과를 알려줘야 하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입니다.
그런데 불합격인 경우 면접 결과를 알려주지 않는 회사가 간혹 있습니다.
'연락 안 하면 떨어진 줄 알겠지.'라는 생각에 결과 통보를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나쁜 면접관인 겁니다.
당신의 게으름으로 인해 때문에 지원자는 시간과 감정을 소모하게 될 것이고
당신의 회사의 평판은 떨어질 것입니다.
물론 업무도 봐야 되고 다른 지원자 이력서도 챙겨봐야 하고 회의도 해야 하는 바쁜 일과 중에
탈락자까지 신경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오전 시간을 정해두고 탈락자에게 메일 쓰는 데 사용합니다.
이 정도로 제가 생각하는 좋은 면접관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부족한 내용이지만 면접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막막한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택형 출퇴근제인데... (0) | 2023.03.03 |
---|---|
코딩도 해주는 ChatGPT! (0) | 2023.02.28 |
주니어와 시니어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0) | 2023.02.23 |
[퍼온글] 코드 리뷰는 스포츠다. (0) | 2023.02.23 |
클리앙 서버 점검. (0) | 2023.02.22 |